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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필독서_지혜롭게 사는 법/1.삶은 고통과 행복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1-4] 일상에서의 작은 행복

 

오랜만에 어머니를 뵈러 요양원으로 갔다.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찾아뵈려고 했는데 가끔씩 지키지 못할때도 있었다.

최근들어 어머니께서 수시로 전화하셨다. 회사에서 업무중일때에도 시간에 관계없이 전화하셨다. 왜 전화 하셨는지 물으면 그냥 전화번호 눌러봤다고 하신다. 하루에 2~3회 반복하셨다. 그래서 한번은 받지 않았더니 일하면서 마음이 불편해졌다. 혹시나 전화를 드리면 하시는 말씀은 항상 비슷했다.

아내는 출발하기전에 어머니께서 좋아하셨던 봄나물이라고 하며 전통시장에서 씀바귀를 사와 반찬을 만들었다. 언제 어머니의 입맛을 파악했는지 그저 고맙기만 했다. 또한 평소에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족발을 샀다. 그리고 지난번에 쥐포를 사오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쥐포도 만원어치 샀다.

어렸을때 어머니는 씀바귀 나물이 몸에 좋다고 하시면서 봄나물로 밥상에 자주 올리셨다. 하지만 나는 씀바귀의 쓴맛때문에 싫어했다. 반면에 어머니는 아주 잘 드셨다.

점심식사시간 전에 요양원에 도착하니 침대에 힘없이 누워계셨다. 아내는 여느때와 같이 어머니! 하며 손을 붙잡으면서, 저희 왔어요 하며 다정스럽게 말을 건넸다. 나는 그저 엄마 옆에 앉아 어머니의 컨디션을 살폈다. 안색이 하얗고 힘이 없어 보이셨다. 그래서 큰소리로 엄마에게 식사하시러 나가자고 했다.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하고 한쪽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휠체어에 앉게 하신후 인근에 있는 순대국밥집으로 모시고 갔다. 지난번에 모듬순대와 국밥을 잘드셔서 또다시 갔다. 음식을 시키고 음식점 주인에게 미리 준비해온 음식에 대해서 양해를 구했다. 어머니를 위해 준비해온 씀바귀 나물과 족발을 식당안에서 먹는것이 식당 주인에계 예의가 아닌듯 하여 사전에 얘기를 한 것이었는데, 주인은 흔쾌히 양해 해 주셨다. 플라스틱 찬통에 정성스레 준비해온 씀바귀 나물을 꺼내고 족발도 같이 꺼냈다. 아내는 생전처음 씀바귀 나물을 만들어 보았다고 했다. 어떻게 만드는지 몰라 주변의 지인에게 물었더니 씀바귀는 워낙 쓰기때문에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후 고추장에 버무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쓴맛이 약간은 덜해진다고 했다. 어머니께는 당신이 좋아하시는 씀바귀 드셔보라고 했다. 어머니는 너무 좋아하시며 씀바귀를 드셨다. 드시고 있는 어머니께 아내는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맛있는지 물었다. 3~4차례 드셔본후 어머니는 씀바귀가 덜 써서 맛이 좀 그러네 하시는것이었다. 그러신다음 씀바귀 나물 만드는방법을 잠깐 말씀하셨다. 씀바귀는 맛이 써야 하기 때문에 뿌리를 날 것 그대로 고추장에 버무려야 한다고 하셨다. 맛있다는 말은 하지 않고 일장 연설만 하셨다. 아내는 어머니에게 칭찬이라도 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옛날분이라 칭찬에 인색하시고 솔직한 심정만 말씀하셨다. 순대메뉴는 드시지 않고 한참을 밥과 씀바귀만 드셨다. 잠시 쉬는틈을 이용해 이번에는 어머니에게 족발을 권해 드렸다. 배부르시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족발을 한손으로 드시고 맛있게 드셨다. 3~4개를 드신후 다시 씀바귀가 맛있다고 하시면서 드셨다. 어머니의 씀바귀 사랑은 예전이나 몸이 불편하신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셨다. 아내는 다음에는 고들빼기 나물을 준비해 보겠다고 했다. 고들빼기도 약간 쓴 맛이 있어서 나는 싫어 했는데 어머니는 무척 좋아 하셨다. 다음에 준비 해온다고 말씀드리니 무척 좋아하시는 눈치였다.

그날은 특히나 날씨가 좋았고 햇볕도 강했다. 식사를 마친후 오랫만에 어머니를 휠체어 태운후 주변에서 햇볕을 쬐어 드렸다. 10~20분정도 되니 힘들다고 하셔 다시 요양원으로 모셨다. 침대에 올라 앉아 계실때 아내는 다시 쥐포를 꺼내어 드렸다. 쥐포를 보시더니 너무 배불러서 못먹겠다고 하시면서 하나만 꺼내보라고 하셨다. 손으로 조금씩 뜯어 드시고 반은 옆에 계신 다른 할머니께 권하셨다. 치아가 좋지 않으신데도 쥐포만큼은 잘 드셨다. 어머니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흐뭇했다. 예전에 내가 어렸을떄 무언가 먹을것을 주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어머니께서 이런마음으로 바라보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은 다른 무엇보다도 어머니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 행복이라는 것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하고 좋아하면 그기분이 내게 전해져 나 또한 행복해지는 원리인듯 하다. 내가 받기를 원하기 전에 주는것이다. 먼저 주면 그 댓가가 돌아오는 것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정신적인 행복으로 돌아온다. 앞으로는 좀더 베풀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