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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길잡이

‘농민 대통령’… 드디어 "호남" 에서 탄생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김병원 농협 중앙회장! 첫 호남 출신 농협 중앙회장이 탄생했다. 영남 출신이 많은 대의원 지형도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농협법 개정, 내부 부정부패, 갈수록 위축되는 국내 농업 등 손 봐야 할 현안이 상당히 산적해 있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농협은 이날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중앙회장 선거에서 김병원(63) 전 농협양곡 대표가 당선됐다고 밝혔다. 전남 나주 출신의 김 당선자는 1978년 농협에 입사, 나주 남평농협에서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조합장 3선을 지냈으며 NH무역과 농협양곡 대표를 역임했다. 김 당선자는 오는 3월 말 농협중앙회 결산총회 다음 날부터 4년간 임기(단임제)를 시작한다. 김 당선자는 ‘삼수’ 끝에 당선되었는데, 그는 첫 도전이던 2009년 중앙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최원병 현 중앙회장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지만, 이어진 결선 투표에서 최 회장에 석패했다. 2011년 선거에서도 재선에 나선 최 회장에게 쓴 맛을 봤다. 이날 선거에서는 결선 투표제의 덕을 톡톡히 봤다. 대의원 290명(정수 292명)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김 신임회장은 수도권 출신으로 104표를 얻은 이성희(67)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에 이어 2위(91표)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어진 결선 투표에서 김 신임회장은 163표를 얻어 이 전 감사위원장(126표)을 누르고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지역별 대의원 수는 경남ㆍ북(부산 대구 울산 포함) 87명, 전남ㆍ북(광주 포함) 63명, 충남ㆍ북(대전 포함) 55명, 경기 43명, 강원 23명 등. 역대로 영남 출신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실제로 최원병 현 중앙회장과 정대근 전 중앙회장은 각각 경북, 경남 출신이다. 영남 출신인 최덕규(66) 합천가야농협 조합장은 이날 1차 투표에서 3위(78표)에 그쳐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김 당선자는 취임 직후부터 해결해야 할 현안이 상당히 많다. 당장 그가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농협경제지주 폐지 공약부터 풀어야 할 숙제다. “농협경제지주 때문에 지역 농협에 피해가 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2012년 ‘중앙회- 2지주사’ 체제로 정비돼 내년 1월 공식 출범을 앞둔 경제지주를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소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된 중앙회장 간선제 역시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400조원대 농협 자산을 책임지고 229만명의 농협 조합원을 대표하는 막중한 권한에 비해 대표성이 취약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호중 좋은농협만들기 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번 선거는 정책선거가 실종된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했다”면서 “신임 회장은 선거 공약으로 직선제 전환과 회원조합의 권한 강화 등을 내건 만큼 앞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당선자가 다음 달 열릴 결산총회를 계기로 4년간의 정식 임기를 개시할 예정인 가운데 농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 당선자가 내건 공약이 파격적이어서 농협중앙회는 물론 담당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도 마찰을 빚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장 민감한 것은 농협경제지주 폐지라고 할 수 있다. 농협금융지주에 이어 농협경제지주는 이미 설립작업이 상당히 진행돼 내년 초 정식으로 출범 예정이다. 그럼에도, 김 당선자는 정부의 '1중앙회-2지주회사' 제도는 농민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이라며 이를 농협경제지주를 폐지해 '1중앙회-1금융지주' 체제로 가겠다고 약속하고서 투표권자인 지역농협 대의원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지역 농협조합장들은 농협경제지주가 설립되면 지역 농협과 사업을 경쟁하게 돼 규모가 작은 지역농협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에 "농협경제지주 폐지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협 조직을 효율화하기위해 지난 10년 동안 노력해온 결과를 흘려보낼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농협경제지주 설립이 관련 법 개정에 따라 이뤄지는 일인 만큼 농식품부가 반대하면 김 당선자가 공약을 관철하기 쉽지 않다. 이미 국회에서의 농협법 개정을 통해 농협경제지주 설립이 결정된 만큼 국회가 선선히 응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곤혹스럽기는 농협중앙회도 마찬가지다. 최원병 회장 체제에서 정당성을 부여하고 진행해온 농협경제지주 설립 사업을 새 회장 체제가 됐다고 백지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식품부 등에서는 김 당선자가 임기 시작 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 본인의 공약을 '수정'하거나 '철회'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중앙회장 선출 직선제 전환도 실현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선제의 폐해 탓에 지역농협 출신인 대의원 291명과 현직 중앙회장 1명 등의 간선제로 바꿨는데 이를 되돌리려 한다면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조합상호지원자금을 2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공약도 농협중앙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상호금융 독립법인화 공약은 일부 정책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농민단체 등에서는 농민을 위한 '상호금융중앙은행' 설립을 요구해왔으며, 김 당선자를 이를 반영해 새마을금고·신협처럼 개별 단위법인의 연합회 성격을 띠거나 농협금융지주처럼 중앙회 산하의 별도 지주회사 형태 등으로 상호금융 독립법인화를 설립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농업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상호금융의 경쟁력 강화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융위원회도 건전성 기준만 충족되면 '상호금융중앙은행' 설립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또한 농협법 개정이 필요해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 특히 김 당선자가 농협법 개정을 바탕으로 한 농협경제지주 폐지를 고집하면 상호금융 독립법인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