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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영

중국증시 폭락 영향 어디까지 미칠까?

중국 증시가 26일 6.4%나 폭락했다. 중국 증시는 1년 전인 2014년 12월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반등 시기를 쉽게 가름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 상하이증시는 이날 2% 가량 하락한 채 거래되다가 장마감을 1시간 여 앞두고 급락해 2749.79 포인트로 마감했다. 중국 증시는 올해 들어 22%나 하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설 연휴를 앞두고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최근 3년 내 최대 규모인 3600억위안(약 65조6000억원)을 투입했지만 폭락을 막지는 못했다. 국제 유가가 30달러 밑으로 급락하면서 밤 사이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았고 아시아 증시 전반에도 냉기가 돌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에서 자본유출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주가가 계속 내려갈 것이라는 일부 전망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실제로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는 두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중국 증시가 올해 들어서만 22%나 하락하고 작년 6월 최고점(5166)에 비해서는 40% 넘게 급락했지만 아직도 주가가 기업 이익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하지밍 중국 담당 수석 부회장은 미국의 경제전문 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의 기초체력과 중국의 자본유출 상황을 감안하면 연초대비 주가가 20% 넘게 폭락한 지금도 주가는 여전히 비싸다”고 말했다. 상하이 증시가 2000포인트에 머물렀던 2014년 중순과 비교하면, 경제 체력은 지금이 훨씬 안좋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4년 중순에서는 GDP 성장률이 7.3%대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7%는 아래로 추락했고, 기업 순이익 증가율도 당시에 11%였지만 현재는 ‘제로’ 수준이라는 것. 또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자본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은 작년 1년간 외화 보유고가 사상 최대 규모인 5120억달러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더 큰 위기는 중국 정부 정책의 신뢰도 훼손이다. 중국 당국은 한편으로는 성장률을 떠받치려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조에서 소비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하려는데, 경제 구조 개편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 중국 정부가 성장률 유지와 경제구조 개편 사이에 왔다갔다 하면서 시장에 혼란스러운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중국 정유회사들의 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면서 이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국제무대에서 주로 시노펙으로 불리는 페트로차이나 즉 중국석유와 중국 해양석유 등 에너지 관련 업종의 주가가 7% 내외씩 떨어졌다. 이들 정유주들은 덩치가 커 주가지수를 계산할 때 가중치가 높다. 이에 앞서 뉴욕 상업거래소에서는 한국시간 26일 새벽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5.8%나 폭락했다. 이밖에 중국 경제지표 부진과 위안화 불안 등도 주가하락의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개별 주가 변동상황을 분석할 때에 이날 주가하락에는 국제유가 하락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관련주의 폭락은 홍콩 H지수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홍콩 H지수에 이들 에너지주가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이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4400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는데도 주가가 폭락했다. 자본유출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주가가 계속 내려갈 것이라는 일부 전망이 이날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노링크증권 역시 자본유출과 유동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가가 폭락했다고 분석했다.아울러 전날 미국 뉴욕증시가 급락하고 국제유가가 이날 30달러 밑으로 다시 내려간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배런스에 따르면 UBS는 당국의 정책 효과가 소진된 것으로 분석했다. 가오팅 전략가는 "시장은 공식 통계상 실물 경제 둔화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벗어난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기초 경제여건 악화가 중국 A주 매도세를 이끈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신 "대주주 지분 매각 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이들이 순차적으로 지분을 줄이면서 폭락장을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UBS는 지난 8∼22일 유통시장에서 총 186건의 대주주 지분 매각 사례가 있었고 그 규모가 총 62억위안(1조1천275억원)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공개(IPO) 등록제 도입, 위안화 변동성 확대, 외환보유액 감소, 춘제(春節·음력설) 연휴 전 시중 유동성 위축 등의 유동성 부족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이날 폭락세를 연출한 것으로 해석했다. 가오 전략가는 "시장 악재 속에서 오랫동안 잠재하고 있던 불안 심리가 이날 폭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춘절 연휴를 앞두고 식음료와 백주, 돼지고기 등 대소비가 예상되는 관련주들은 반등으로 돌아섰다. 철강· 석탄 등 국유기업 개혁 관련주도 상승세를 탔다. 인민은행이 역 환매조건부채권 4400억위안어치를 또 다시 발행하며 올 들어 유동성을 1조6000억위안이나 공급한 것도 호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춘절 7일간의 연휴를 맞아 불확실성을 안고 가려는 투자자들이 극히 적었다. 매수세보다 매도세가 크게 늘며 증시 전반을 흔들었다. 전문가들은 “춘절 연휴를 맞아 내달 8일부터 1주일 증시가 열리는 않는 불확실성을 앞두고 주식을 계속 들고 가려는 투자자들이 크게 줄고 있다”며 “그 전에 주식을 팔려는 매도세가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신용거래 잔고가 16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거래대금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도 급락을 불렀다. 올해 115개에 달하는 신규 상장 종목의 공모금액이 1000억위안에 육박하는 것도 공모주 청약 기대심리를 높이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그러나 이날 하락이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제 주가가 14개월 이전 주가로 회귀했다는 점이다. 이날 급락으로 상하이지수는 지난 2014년 12월3일 종가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제 마땅한 지지선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이는 중국 증시의 심각한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지난주 바이오제약기업 후에이치우과기유한공사의 최대주주는 주가가 급락하며 처음으로 반대매매를 당한 바 있다. 최대주주가 2000만위안을 계좌에 긴급 추가하며 50만주만 반대매매 되는 상황에서 그쳤지만 이날 주가 급락으로 반대매매에 노출된 주식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기업 뿐 아니라 강관업체인 진저우관다오 주식 1529만주와 제약주 인허셩우 2032만주도 최대주주가 주식담보대출로 매입한 주식이 이미 반대매매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이밖에도 루이마오통과 다밍청, 화셩티엔청, 용요우소프트웨어, 루이치구펀 등 최대주주가 반대매매 리스크에 노출된 종목들은 부지기수다. 최근 상하이·선전주식거래소에서 중대한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25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중 상당수가 반대매매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인 윈드(WIND)에 따르면 중국 증시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1890곳의 상장기업 주요주주가 지분 확대를 위해 28억7900만주를 주식담보대출 방식으로 추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으로는 296억6700만위안(5조4000억원) 어치에 달한다. 윈드는 이렇게 사들인 주식 중 50% 이상이 매입 당시 주가보다 하락해 반대매매 리스크에 처한 상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6~8월 주가 대폭락으로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대주주 지분을 늘리고, 기존 보유 주식을 팔지 말라고 주문했다”며 “이 때문에 대주주들이 자기자금의 100% 이상 레버리지를 일으켜 추가로 주식을 샀다”고 밝혔다. 이렇게 구입한 주식은 반대매매 경고구간이 담보유지비율 160%(20% 주가 하락), 반대매매 진입구간은 담보유지비율 150%(25% 주가 하락)로 알려졌다. 만약 지난해 11~12월 사이 상하이지수 3600 선에서 주식을 샀다고 가정하면 이미 주가지수로는 23.6%가 떨어졌다. 반대매매 진입 조건인 25% 하락을 코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개별종목의 반대매매 공포를 크게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 이날 2800선이 무너진 것이 더없이 뼈저린 이유다.